메타데이터
항목 ID GC06801502
한자 靑松-大河小說客主
분야 구비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북도 청송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최윤정

[개설]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은 경상북도의 정중앙인 주왕산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예부터 영덕군 쪽의 해안 지방과 청송군, 영암군, 안동시 등 산간 지방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면서 거래를 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진보장이 발달했는데,『객주』의 저자 김주영의 생가는 이 진보장터 내에 위치해 있다. 진보장터는 소설 『객주』에서 주인공인 천봉삼 일행이 거쳐가던 곳이다.

[『객주』의 고장 청송]

청송군 진보면 출신인 김주영『객주』의 후기에서 이 소설의 전체적 흐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저잣거리라고 했다. “그 저잣거리에서 나는 감수성 많은 소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 내가 살던 시골의 읍내 마을에서는 5일마다 한 번씩 저자가 열렸다. 내가 살던 집의 울타리 밖이 장터였고, 울타리 안쪽은 우리 집 마당이었다. 그러나 그 울타리는 어느새 극성스러운 장돌림들에 의해서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우리 집 마당에서 유기전을 벌이기도 하였고 드팀전을 벌이는가 하면 어물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땀 냄새가 푹푹 배어나는 그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보아왔다.” 김주영은 어린 시절 고향 청송에서 경험했던 장돌림들의 치열했던 삶, 강렬했던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든 들려주고 싶었고, 그것을 『객주』라는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던 것이다.

『객주』의 모티브가 된 진보장터는 옛부터 영덕군 쪽의 해안 지방과 영양군, 안동시 등 산간 지방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면서 거래를 하던 시장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부상들은 안동장, 영양장, 진보장, 청송장 등의 장터를 보따리 짐을 메고 돌아다니며 장을 펼쳤다고 한다. 김주영은 이러한 장돌림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이 우리 역사를 새롭게 복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역사소설들은 정치사 일변도에서 권력 계층들의 역사에만 매몰된 경향이 있었는데, 『객주』는 그것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이러한 장돌림들의 삶과 행적을 추적하고 기록함으로써 잊혀졌던 또는 은폐되었던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발굴하여 그에 따라 기존의 역사를 재평가하는 중요한 작업이 되었다.

『객주』의 저자 김주영의 생가는 진보장터 내에 위치해 있다. 한일병탄이 되고 난 바로 그 후, 1910년대 초반부터 마을 일부가 장터가 되었다고 한다. 장터의 역사가 약 100여 년이 되는 셈이다. 소설 『객주』는 봇짐을 둘러메고 장바닥마다 떠도는 보부상들과 그 시절 산골에 살던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방대한 장편소설이다. 시대 배경은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인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터가 여러 곳에 있지만, 그중 김주영의 고향이었던 진보장터는 소설 『객주』에서 주인공인 천봉삼 일행이 가끔 거쳐가던 곳이다..

청송군은 『객주』를 테마로 한 ‘객주문학관’과 한옥마을인 ‘청송한옥민예촌’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객주문학관’은 폐교된 고등학교 건물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여 2014년 6월에 개관하였다. 폐교된 진보제일고등학교 건물을 증개축한 연면적 4,640㎡, 아담한 3층 건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청송한옥민예촌’에는 『객주』의 주인공들의 집이 복원되어 있는데, 독자들은 이곳에서 문학 작품을 체험하며, 우리 고유의 주거시설인 한옥을 체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민예촌’은 『객주』의 등장인물들인 천봉삼의 집, 조소사의 집, 조성준의 집, 이용익의 집, 매월이 집 등을 숙박 체험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김주영의 삶과 『객주』의 창작]

김주영은 1939년 12월 7일 청송군에서 태어났다. 1959년 시인이 되기 위하여 서라벌예술대학에 입학하나 1964년 군대를 제대한 후 생계를 위해 안동 엽연초생산조합에서 1970년까지 근무하였다. 이때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70년 「여름사냥」, 1971년에 「휴면기」가 『월간문학』 신인상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초기에는 유년기의 암울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허무를 그렸으나, 1978년 이후에는 치열하게 현장을 발로 뛴 취재 끝에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화척』 등 선 굵은 역사소설을 발표하였다. 소설집으로는 『겨울새』(1983), 『아들의 겨울』(1985),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1989) 등이 있다. 1984년에는 『객주』로 유주현 문학상을 받았으며, 1998년에는 제6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주영『객주』를 쓰기 시작하면서 한 달 중 20일 이상을 노트를 들고 장터를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고증을 위해 집을 떠나 대부분의 시간을 장터에서 보냈다는 얘기이다. 현장 조사를 토대로 글을 쓰고 현장답사에서 우리 생활의 밑바닥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 삶의 애환을 절절하게 깨달으면서 김주영 작가는 ‘길 위의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김주영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은 노트에 빽빽하게 기록한 자료들을 다시 원고지에 정리하여 옮기는 인고의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에서, 그리고 소설을 쓸 때 어휘 하나에도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두터운 사전을 옆에 두고 단어 하나하나를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데서 깊이 느낄 수 있다.

[한국 대표 대하소설 『객주』]

『객주』 는 19세기 후반기 한말의 상인사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변동을 입체로 투시한 작품이다. 당시 흥선대원군은 보부청을 만들어 보부상 조직을 장악하려고 했고, 동학농민운동 때는 보부상들이 정부 편에서 토벌에 가담했다. 1898년 독립협회를 와해시킨 황국협회는 보부상들이 중심이 된 단체였다. 이처럼 조선 후기 혼란한 개화기 상황을 시대 배경으로 해서 『객주』 는 보부상의 생활 풍속과 이들의 경제활동,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1880년(고종1년), 광주 송파장의 으뜸가는 쇠살쭈였던 조성준은 김학준이라는 토호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아내를 겁간당한 과거가 있다. 조성준은 천봉삼, 최돌이와 함께 복수의 길로 나선다. 그 과정에서 천봉삼은 안동 포목도가의 고명딸이자 서울시전의 대행수인 신석주의 첩실로 내약되어 있는 조소사와 인연을 맺게 되고, 강경파시의 실권을 잡고 있는 김학준과 충돌하면서 어릴 때 헤어졌던 누이 천소례와 조우하기도 한다. 천봉삼은 민간의 백성들이 주림과 핍박을 겪고 벼슬아치와 토호들의 학정과 횡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목도하면서 황해도 사람 선돌과 의기투합하여 송파로 돌아와 마방을 재건하여 상로를 개척하고 서울 성 내의 시전과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동안 천봉삼에게 정분을 가졌던 매월과 조성준과 사귀었던 이용익이 민비와 가까운 사이가 되고, 일본의 내륙 침투로 향시 상권을 위협받게 된 나전꾼들은 쇄국을 고수하는 흥선대원군의 정책에 동조하게 되어 그들과의 대립이 심화된다. 그러는 가운데 천봉삼은 조소사를 잃고 효수를 당할 처지에 직면하게 되나, 이용익과 천소례, 매월의 노력으로 구명된다. 천봉삼은 조소사의 몸종이었던 월이의 헌신적인 사랑을 얻게 되고 조소사가 낳은 자신의 피붙이는 월이에게 양육된다. 승려로 변장한 천봉삼은 소금 상단을 이끄는 행수 정한조에게 화적의 실체를 발설하고 적굴을 소탕하게 된다. 울진 현령은 소연을 베풀어 소금 상단 일행이 적당을 소탕한 것을 치하한다. 정한조를 비롯한 상단 일행은 각자 갖고 있던 밑천까지 하나로 모아 적굴에서 가난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땅을 사 주기로 하고 사통팔달의 길지, 생달 마을에 정착한다. 천봉삼 내외는 생달에 객주를 열고, 생달 일대의 드넓은 묵정밭은 꿀이 흐르는 문전옥답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전체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을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천봉삼은 20대 중반의 사나이로 ‘천가객주’ 객주인이었던 아버지 천오수를 여덟 살 때 여위고, 누이 천소례에게 버림받아 천애고아가 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보부상이 되어 홀로 ‘천가객주’를 다시 일으킨다. 아버지 천오수를 존경하던 쇠살쭈 조성준을 만나 돈이 무엇인지, 객주인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깨우쳐 조선의 모든 돈과 상권을 움켜쥐고 있는 거상(巨商) 육의전 대행수 신석주에 맞서고, 돈의 노예가 되어 권모술수로 자신과 보부상들을 위협하는 길소개와 대적한다. 동패(동료)를 위해 목숨이 위태로운 일도 서슴지 않는 의리를 보여 주어 언제나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천봉삼에 맞서는 인물로 등장하는 길소개는 30대 초반의 사나이이다. 복수심으로 생이 비틀리고 망가진 이 인물은 뛰어난 상재를 지녀 ‘천가객주’ 천오수의 후계자로 낙점되었으나, 아버지 길상문이 보부상 동패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자 모든 것을 버리고 "육의전 대행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유언만을 위해 살아간다. 신석주의 밑에서 사환으로부터 시작해 권력과의 야합, 국고에서 재산을 빼돌리는 법 등 삿된 상도를 터득한다. ‘육의전의 왕’이 되기 위해 결국 그는 어린 시절 정혼녀인 천소례까지 죽이게 된다. 그리고 끝없이 조선 최고의 상재(商材) 자리를 두고 천봉삼과 경쟁한다.

천봉삼과 악연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 매월이다. 그녀는 천봉삼을 얻기 위해 자신이 그토록 거부했던 무녀가 되고, 훗날 명성황후의 최측근 ‘진령군’에 봉해져 천봉삼의 생사 여탈권을 갖게 된다. 평안도 박천 반가의 딸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신기를 보였다. 양반의 딸이 무녀가 됐다는 구설수를 막기 위해 아버지는 어린 딸을 직접 생매장했지만 어머니가 그녀를 구했다. 그녀는 이름도 개똥이라는 천한 이름으로 바꾸고, 사내도 하기 힘들다는 젓갈장수 보부상이 되어 전국을 떠돌며 자신의 신병을 고쳐 줄 사람을 찾는다. 육의전에서 쫓겨난 길소개와 동패가 되어 떠돌던 중, 죽어가는 천봉삼을 발견한 개똥이는 한눈에 봉삼이 자신의 신기를 눌러 줄, 신이 점지해 준 남자라 믿고 천봉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나 천봉삼은 그것을 허락치 않는다.

천봉삼이 마음에 담아 둔 여인은 조소사이다. 미모의 이 20대의 여인은 보은 객주의 짐꾼에 불과했던 아버지 조순득의 신분과 재산을 위해 여러 번 팔리다 결국 늙은 거상 신석주에게 넘겨지는 신세가 된다. 날이 밝으면 늙은 거상에게 팔려나가는 그녀의 기구한 운명 앞에 천봉삼이 나타난다. 조소사는 천봉삼에게서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정념을 느끼고, 스스로 옷고름을 풀어 천봉삼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대장부의 앞길을 막아설 수 없다는 여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자 굳센 절개로 천봉삼을 떠나보내고 일생 마음에 담아 둘 정인으로 삼고 신석주를 따라간다.

천봉삼의 누이 천소례는 아버지의 원수라고 생각했던 김학준의 비첩이 되어 18년이나 걸려 원수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하지만 죽어 가던 김학준이 아버지를 죽게 한 원수가 다름 아닌 그녀의 정혼자였던 길소개였다는 충격적인 말을 남기고 죽자, 천소례는 길소개와 혼인해 동생 천봉삼이 ‘천가객주’를 조선 최고의 어물객주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게 된다.

그 외 인물로 조성준은 천봉삼에게서 거상의 재능을 발견하고 상도를 가르친 진정한 스승이다. 천소례의 계략에 걸려 마방을 빼앗기고, 김학준을 살해했다는 살인죄 누명까지 쓰고 말지만 방황하는 천봉삼을 다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추쇄를 뚫고 송파로 돌아와 마지막 깨우침을 천봉삼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으로 신석주는 60대의 조선 최대의 거상이자 육의전 대행수이다. 권력을 옆에 끼고 조선팔도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노회한 처세술로 상인들의 왕이라 불리는 육의전 대행수 자리를 20년째 꿰차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두고 ‘운종가 먹구렁이’라 부른다. 단돈 두 냥으로 육의전에 입성해 운종가 최대 거상이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는다. 그에게는 세상의 재물을 다 긁어모아도 풀리지 않는 한이 있었으니, 대를 이을 씨를 뿌릴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이다. 그런 신석주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여인이 조소사이다.

[김주영과 『객주』를 그리다]

청송군에도 제주올레나 지리산 둘레길 같은 둘레길, ‘외씨버선길’이 있다. 청송군뿐 아니라 영양군, 봉화군, 영월군까지 국내의 대표 청정 지역의 옛길 240㎞를 잇는다. 그중 김주영 작가의 고향인 청송군 구간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주영 객주길’이 있다. 이 길은 파천면 신기리에서 시작해 진보면 고현리에서 끝난다. 신기리 느티나무부터 감곡저수지[왕버들군락지]~수정사~마뭇골 및 비봉산~김주영 생가 및 객주테마타운~고현지[야송미술관, 신촌약수터]까지 잇는 총 15.6㎞의 길이다.

또한 청송군에는 김주영 작가의 작품인 『객주』의 이름으로 지어진 문학관이 있다. 객주문학관김주영 선생의 대하소설 『객주』의 문학적 의미를 더욱 확산시키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지역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 위해 건립되었다. 객주문학관은 조선 후기에 활동하던 보부상의 활동상과 시대의 상업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어 경제 교육 전문 프로그램을 갖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이곳의 문화 공간과 연수 시설은 작가들의 창작 공간이 되고 있다.

김주영 작가의 『객주』는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되어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히는 스테디셀러의 위엄을 보여 주고 있다.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 』는 2015년 9월 23일부터 2016년 2월 18일까지 방영된 KBS 광복 70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1984년 6월에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객주』를 32년 만에 리메이크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선사했다. 소설 『객주』는 김종선 PD의 연출에 의해 반전을 거듭하는 참신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눈물과 웃음, 감동과 교훈을 한꺼번에 안긴 걸작 드라마가 되었다. 한편, 소설 『객주』는 바다출판사의 한국만화대표선 두 번째 시리즈로 1988년에서 1993년까지 『매주만화』에 연재된 이후 도서출판 풀빛에서 모두 10권으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백성민의 만화『장길산』이 황석영의 원작 소설 『장길산』의 서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면, 이두호의 만화『객주』는 원작과 충돌 없이 만화화시킨 작품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힌다.

이렇게 소설 『객주』는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되는 과정을 통해 유년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전 연령층, 남녀노소의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역사물은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관념을 과감히 깨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자막과 현대적으로 풀이한 대사들, 코믹하고 정교한 그림으로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감으로써 『객주』는 우리 고유의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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