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0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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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家庭信仰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기도 성남시 |
집필자 | 최진아 |
[정의]
가정마다 신, 즉 가신(家神)이 있어서 집안을 보살펴 주는 것이라 믿고, 이 가신들에게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의례를 올리는 신앙형태.
[가신의 형태]
가정신앙은 집안에 있는 신을 섬기는 형태이기 때문에 가신신앙, 가택신앙, 집안신앙이라고도 한다. 가신의 형태는 하나의 집안을 소우주로 보았을 때, 각자에게 공간적으로는 고유한 영역이 주어지고 맡은 역할 또한 다르다. 그리고 가신들 내에서도 위계를 지닌다. 가신의 위계는 정기적으로 혹은 필요에 따라 행해지는 집안고사나 의례에서 제물을 올리는 순서로 알 수 있다.
[가신의 종류]
성남지역에서 나타나는 가신의 종류는 성주, 삼신, 터주, 조왕, 대문신, 우물신, 대감신, 업신, 산신, 측신 등이 있다. 성주는 집안 전체를 관장하고 가신 중에서 최고신에 해당된다. 삼신제석, 삼불제석, 불사 등으로도 불리는 삼신은 출산을, 터줏대감 또는 터왕대감이라 불리는 터주는 집터를, 조왕은 부엌을 관장한다.
그리고 대문을 관장하는 대문신, 우물을 관장하는 우물신, 재수와 재복을 준다는 믿어지는 대감신, 재화와 재복을 주는 업신, 남한산성의 산신을 모시는 경우와 화장실을 관장하는 측신 등이 있다. 이들 중에서 성남지역에서는 터주에 대한 신앙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다. 그 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격은 성주와 조왕이며, 일부는 삼신을 모시기도 한다. 또한 칠성과 제석도 삼신과 같은 맥락으로 모셔진다.
또한 특징적인 것은 고사를 지낼 때 산신을 모신다는 점이며, 이는 성남을 비롯한 광주와 안양 등지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신이 외형을 지닌 경우에는 각자의 위치에 ‘신체(神體)’의 형태로 모셔지는 경우와 혹은 형태는 없지만 신앙되는 ‘건궁’으로 구분된다. 불씨로 상징되는 조왕신이 대표적이 사례이다.
성남시의 가정신앙은 일부 노장년층에 한해서만 전승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적으로 성남시의 수정구와 중원구 일부 외에, 분당구의 판교동과 운중동과 하산운동과 같은 아직은 신도시로서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 주로 나타나고 있다. 가신의 신체를 두는 것 자체를 일종의 미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가신에 대한 중요성도 점차 희박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용]
성남지역의 가정신앙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가신을 상징하는 신체가 있으며 이들을 위해 고사를 지내는 경우, 둘째는 신체가 아예 없었거나 혹은 신체를 없앴지만 매년 고사는 지내는 경우이다. 또한 주로 고사를 지내는지의 유무로 가신이 신앙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가신의 신체는 가신의 신격에 따라 그 형태와 위치가 달라진다. 성주는 주로 대청에 봉안되어지는데 일반적으로 나뭇가지에 흰 천을 말아놓는 등의 상징적인 형태로 신체를 만들어 상량 위에 얹어 놓거나, 대들보가 곧 성주로 상징되기도 하는데, 성남지역에서는 대들보가 성주로 상징되는 경우가 많다.
이 대들보에는 집을 개축한 연월일이 기록되어 있다. 삼신은 흰 천 안에 쌀을 담아 싼 뒤에 그 위를 한지나 창호지로 고깔 모양을 만들어 덮는 형태로 삼신주머니라 불리며, 안방의 아랫목 벽쪽이나 다락 안에 봉안해 두는데, 성남지역에서 이 삼신을 모시는 경우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요즘엔 대부분 아이를 병원에서 낳기 때문에, 삼신에 대한 중요성이 약화되었으나 삼신을 모시는 경우에는 성주보다. 삼신을 더 중시하여 고사 때에도 가장 먼저 제물을 차려놓고 축원하기도 한다. 터주는 주로 집안의 뒷마당이나 장독대에 놓는 것으로, 작은 항아리 안에 벼나 기장 등을 담아 그 위로는 볏짚가리를 씌운 것이다. 이를 터줏가리라고 부르는데, 현재 성남지역에서 신체가 가장 많이 남아 있으며, 또한 가장 마지막에 없애는 신체라 할 수 있다. 이는 경기도 지역에 터주신앙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것과도 연계가 있을 것이다.
조왕은 주로 부엌의 부뚜막에 좌정된다고 믿어지는 신으로, 불씨 자체가 조왕으로 상징되어 특별히 신체가 없는 경우로서, 현재에는 가스렌지 위나 혹은 씽크대 위에 조왕을 위한 고사를 지낸다. 대감신은 주로 마루의 한쪽 구석에 항아리 안에 쌀을 담아놓으며, 대문신은 대문 앞에 부적이나 그림을 붙여 놓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 외에 산신이나 측신은 그 신체가 따로 없다.
[사례1- 가신의 신체가 있고 고사를 지내는 경우]
분당구 운중동의 이강남[1939년생,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383-1번지[하오개로 337]]의 사례가 있다. 현재 이 집에는 성주(대들보), 코뚜레, 터주, 대문신앙이 남아 있다. 과거의 대청이었던 곳을 개조하면서 거실로 변화되었으나, 대들보의 형태는 그대로이다. 또한 거실에는 코뚜레도 있으나, 이 코뚜레는 집을 지을 당시에 집안의 터를 누르기 위해 걸어둔 것이다.
또한 장광(장독대) 앞에 터줏가리가 봉안되어 있다. 하지만 터주가리 안에는 항아리나 단지 같은 따로 없고, 가운데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짚을 엮어서 얹는다. 터주가리의 가운데 부분을 허리띠를 매듯이 집으로 묶어 주고, 그 띠에 창호지를 끼워 놓는다. 이 창호지는 터주에 옷을 입히는 의미라고 한다. 대문에는 집안에 잡귀가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적을 붙여 놓았다. 일종의 문신에 해당되는 사례이다.
[사례2-가신을 모시지는 않지만 고사를 지내는 경우]
수정구 오야동의 박광수[1942년생, 수정구 오야동 242번지]의 사례가 있다. 박광수씨는 교회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매년 이러한 고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략 30여년 전에는 만신을 불러서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는 만신(여자무당)이 대주집안을 빌고, 동네와 나라의 안녕까지도 빌어주었다고 한다. 박광수씨가 기억하는 가신의 종류는 성주, 터주, 조왕, 대감, 대문, 우사신, 업, 칠성 등이다. 그 중에서 우사신은 소나 가축을 놓아두는 외양간을 관장하는 신으로, 업신은 인업, 구렁이업, 족제비업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주로 재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작은 항아리 안에 쌀을 담아 광이나 부뚜막에 놓아 두었다고 한다. 칠성은 따로 신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음력 7월 7일에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리거나 무당을 불러 간단한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의례형태]
이러한 가신에게는 특정한 의례형태가 행해지는데, 이를 고사 혹은 안택이라 칭한다. 고사는 주부가 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경우이며, 안택은 가족 외에 무녀, 독경쟁이 등을 불러서 대규모로 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경우이다. 그러나 최근에 성남지역에서는 안택의 경우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고사와 안택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남에서 행해지는 가신에 대한 고사는 음력 정월에 지내는 정월고사, 칠월 칠석에 지내는 칠석고사, 음력 10월 상달에 추수 후에 지내는 가을고사가 있다. 정월고사는 정초에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칠석고사는 출산과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경우로, 성남지역에서는 극히 일부만이 이 두 고사를 지내며, 대부분이 ‘가을떡’이라고도 불리는 가을고사를 지낸다. 또한 일부에 한해서 결혼, 돌, 회갑 등에 시루를 쪄서 가신들에게 올리기도 하는데, 이는 비정기적인 고사를 지내는 경우에 해당된다.
고사날짜는 10월 중에서도 말날[오일(午日)], 돼지날[해일(亥日)], 호랑이날[인일(寅日)]이 선호되거나, 혹은 판교동처럼 마을고사를 행하는 날 함께 행하였거나 혹은 절이나 무당에게 가서 날을 받아오기도 한다. 요즘에는 특별히 날짜를 따지지는 않지만 이 가을고사는 동짓달(양력 12월)을 넘겨서는 지내지 않는다.
[제물]
가신을 위해 올리는 제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떡이다. 주로 삼신이나 산신을 위해서는 백설기를, 그 외의 신을 위해서는 팥시루떡을 찌는데, 성남에서는 이를 붉은설기라 부른다. 떡은 시루째 찌는데, 시루는 집에서 직접 찌기도 하지만 요근래에는 방앗간에 주문해서 지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성주, 삼신, 터주, 조왕 등을 위해서는 통시루를 제물로 올렸으나, 요즘에는 붉은 설기를 찔 때 맨 위쪽에 백설기를 약간 쪄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떡은 시루째 져서 대청마루 가운데 소반을 놓고, 그 위에 떡시루, 막걸리 한대접, 정한수, 통북어, 돼지머리를 놓는다. 돼지머리가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살코기만을 삶아서 접시에 담아 올리기도 한다. 대청마루에 고사상에 간단하게 비손을 한 뒤에는 장광(장독대)→부엌→대문순으로 비손(신에게 손을 비비면서 소원을 비는 일)한다.
삼신을 위하는 집에서는 안방에 가장 먼저 상을 차리기도 하지만, 성남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위계가 높은 성주신→터주신→조왕신→대문신 등의 순서로 제물이 놓여진다. 집안 내의 가신 중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성주신에게는 통시루째, 그 다음에 대문신, 터주신, 조왕신에는 2조각 혹은 1조각씩 가신이 있던 자리에 놓는 것이다. 제물을 올린 뒤에는 간단하게 절을 하거나 비손을 하는 등의 의례를 행한다.
[현황]
성남의 가정신앙에 대한 조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가정신앙이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와 달라진 집안구조 때문도 있겠지만, 가정신앙은 곧 미신이라는 인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를 믿는 가정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가신은 곧 미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기독교에 입문한 시점이 가신을 없앤 시점과 거의 유사하였다. 집을 개조하거나 새로 지으면서 가신의 신체를 다시 마련하지는 않는 점 등으로 인해, 가정신앙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전망]
사회조직의 최소단위인 가족이 거주하는 집에서 가정의 곳곳을 지켜주는 가신의 존재는 농업을 기반으로 생활하던 시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되었었다. 따라서 추수 후에 가신에게 드리는 가을고사는 추수감사제의 의미가 들어 있었으나, 현재 성남지역에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가정에서도 이러한 의미는 많이 약화되었다.
성남지역의 가정신앙은 가신의 신체를 지니고 있는 집에서도 가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과거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이여서 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신을 모시거나 고사만을 지내는 정보제공자들은 대부분 기독교와의 변별성을 강조하였다. 즉 자신들은 기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신체를 모시고 있으며, 또한 고사도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가정신앙의 종교성이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가신 또한 그들 내부에서는 하나로 종교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성남의 일부 가정에서는 지내지는 가을고사는, 매년 지내던 것이어서 하지 않으면 꺼림칙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신에게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믿음이 노장년층을 위주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