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00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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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山所-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
집필자 | 이병찬 |
수록|간행 시기/일시 | 2000년 - 「산소 자리」 『포천의 설화』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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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수집|조사 시기/일시 | 1995년 8월 - 「산소 자리」 이병찬이 조원식에게 채록 |
채록지 | 「산소 자리」 채록지 -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 |
성격 | 풍수담 |
주요 등장 인물 | 착한 동생|부인|소복한 여자[지관] |
모티프 유형 | 가짜 풍수 노릇 |
[정의]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에서 명당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산소 자리」는 잘사는 형과는 달리 가난에 지친 동생이 지관(地官) 노릇이나 해 보라는 부인의 극성에 집을 나와 훌륭한 지관[부인]을 우연히 만난 뒤 우여곡절 끝에 그 부인의 시아버지 산소 자리를 찾아 주었다는 풍수담이다. 풍수(風水)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마음씨가 착한 동생이 구원자의 도움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물이 잘 나오는 우물 자리를 잡아 주고, 부인에게도 명당인 산소 자리를 찾아서 보답한다는 내용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0년 이근영·이병찬 등이 엮고 포천 문화원에서 발행한 『포천의 설화』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1995년 8월 이병찬이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조원식으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에 한 형제가 살았는데, 큰집은 형이 지관 일을 해서 잘살고 동생네 집은 못살았다. 어느 날 동생의 마누라가 “여보, 큰댁은 잘사는데 우리는 못사니 어떡하면 좋우.” 하고 말했다. 이에 동생이 말하길, “큰댁은 형님이 산소 자리를 보니까 잘살지만, 나야 뭐 산소 자릴 볼 줄 알아야지?”라고 했다. 그러자 마누라가 또 “그러면 당신은 왜 못 그래요. 내가 쇠를 하나 사다 줄 테니 당신도 한 번 해 볼라우?” 하는 것이었다. 동생은 아무것도 배운 게 없었지만, 여자에게 굴하기 싫어 그러겠다고 했다.
이에 부인이 자기 머리를 깎아 팔고 친정에 가서 돈을 빌려, 돈 석 냥을 만들어 가지고 시장에 가서 대장간을 찾아 산소 자리 보는 쇠를 찾았다. 거기서 돈에 맞는 크기의 쇠를 사와 가지고, 주머니를 만들어 남편의 허리에다 묶어 주며 밥값을 벌어 오라고 하며 내쫓았다.
그렇게 쫓겨난 동생은 아는 사람도 없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정해진 곳이 없었다. 그럭저럭 어느 주막에 도착했는데, 주막 주인이 보니 그의 꼴이 술 한 잔도 못 팔 것 같이 남루해서 오히려 자기가 거둬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샌님, 내가 밥자리[일자리] 하나 마련해 드릴 테니까 가시겠소?” 하고 물으며 일자리를 주선해 주었다. 동생이 일을 하러 간 집은 먹을 것과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그는 하루 종일 굶은 터라 차린 음식을 거의 다 먹어 치웠다. 그런데 그만 배탈이 나서 밤낮으로 설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어떤 소복을 한 여자가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어저께 도지 자리 보러 오신 샌님이시죠?” 하면서, 이제부터 모르는 것은 모두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일렀다.
그러면서 사흘을 쉬고 나흘째 되는 날, 앞산에 산소 구경을 가라고 했다. 거기서 산소가 셋이 기다랗게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가운데 있는 산소에 올라 앉아 무릎을 탁 치며, “참 산소 자리 좋구나. 이 산소를 쓰고 칠삭둥이를 낳아 키우면 훌륭히 될 텐데. 칠삭둥이를 낳았을까”라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나흘째 되는 날, 쇠를 가지고 산으로 가서 여자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랬더니 여자가 또 나타나서 내일은 뒷산에 올라가 버드나무 위로 올라가, “저 남쪽에 칠봉산 아래에 월강다리 집터가 있는데 그게 맞을까?”라 하고, 또 칠봉산에서 내려오면 잔솔밭이 있고, 거기서 내려오면 큰 연못이 있는데, 그곳을 서너 바퀴 돌면서 “어떡하면 좋지.”라 말하고 오라고 시켰다. 이번에도 역시 그대로 하였더니, 여자가 또 찾아와 말했다.
“여기서 정북 쪽으로 칠십 리만 가면, 집이 한 이백 호쯤 되는 마을이 있는데, 거기는 물이 귀해 강물을 길어다 먹습니다. 그 동네 가운데 큰 느티나무가 있어 거기다 우물을 파면 동네에서 먹고 남을 만큼의 물이 나오니, 그곳에서 한 길쯤 더 가서 너럭바위를 찾아 정으로 한 뼘쯤 뚫고 물이 올라오거든, 그걸 받아 가지고 그 마을에서 가장 큰 집에 가서 물을 찾을 때 주십시오. 그리고 ‘우물 자리나 하나 봐 주겠습니다.’라고 하십시오.”
그리하여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정북 쪽으로 한 70리쯤을 가니까 정말 그 여자가 말한 것과 꼭 같았다. 동생은 여자가 시킨 대로 너럭바위를 찾아 정으로 한 뼘 한 뼘 쪼았다. 그러자 물이 펑펑 쏟아졌는데 사람들이 떠내려갈 정도로 많은 물이 나왔다. 그런데 그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 우물을 파 줬는데도 노자나 하라며 겨우 돈 석 냥을 주었다. 그러나 동생은 돈을 더 달라고 말할 용기도 없고, 더 달래도 줄 것 같지 않아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그 여자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여자의 시아버지 산소 자리를 우물의 물을 빼고 거기다 장사 지내라고 가르쳐 주었는데, 그곳이 바로 칠봉산 아래의 월강단이었다.
알고 보니 동생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주었던 여자는 훌륭한 지관이었다. 결혼하여 칠삭둥이를 낳아 남편에게 쫓겨나게 된 것을 시아버지가 쫓아내지 못하게 해서 아이를 기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동생이 훌륭한 지관인 것처럼 하여, 그로 하여금 시아버지 산소 자리를 좋은 곳으로 정하게 한 것이었다.
[모티프 분석]
「산소 자리」의 주요 모티프는 ‘가짜 풍수 노릇’이다. 지술(地術)을 익혀 집터나 묏자리 등을 잘 잡아 주는 사람을 지관, 풍수라고 한다. 「산소 자리」는 동생이 풍수는 아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명풍수[부인]의 기지와 도움으로 지관 행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는 풍수 설화인데, 여기에는 착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적인 성격이 바탕에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