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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이야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0600
한자 盜賊-
영어음역 Dojeok Iyagi
영어의미역 Tale of a Thief; A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동
집필자 고경림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민담|소화(笑話)
주요 등장인물 일곱 형제|아버지|상관
모티프 유형 아버지의 유산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동에서 전승되는 게으름뱅이 일곱 형제에 관한 민담.

[채록/수집상황]

1959년 8월 2일 제주시 용담1동에서 성명 미상의 제보자(남, 50세)가 구연한 것을 양명남(남, 고2)이 조사한 내용으로, 1996년 출판된 『제주도 민담』에 실려 있다.

[내용]

옛날 어느 곳에 나이 많은 아버지와 이름도 없는 일곱 형제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집이 가난하여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가난한데도 일곱 명의 아들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들이었다. 나이 많은 아버지는 아들들의 장래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지내다가 그만 병이 들어 눕게 되었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음을 안 아버지는 아들들을 불러 머리맡에 앉히고는, “너희한테 물려줄 만한 재산은 없고, 마지막으로 이름이나 지어 줄 테니 그 이름이나 써서 살아라.”하면서 일곱 명의 아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큰 아들은 마음만 먹으면 세상 어디든지 볼 수 있는 ‘천기새’.

둘째 아들은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는 ‘고박열쇠’.

셋째 아들은 아무리 무거운 것을 져도 ‘지나마나’.

넷째 아들은 아무리 때려도 ‘때리나마나’.

다섯째 아들은 아무리 목을 베어도 ‘베나마나’.

여섯째 아들은 아무리 불 속에 넣어도 ‘뜨거우나마나’.

일곱째 아들은 아무리 물이 깊어도 ‘깊으나마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고 아버지는 숨을 거두었다.

일곱 형제가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니 먹을 것이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이나 시험해 보자고 큰 아들 천기새가 밖에 나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고래등 같은 기와집 창고에 쌀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아, 보인다! 창고에 쌀이 가득 있는데 자물쇠로 잠겨 있다. 고박열쇠하고 지나마나가 가서 지고 와라.”하니, 둘이 살금살금 마을의 부잣집으로 갔다. 고박열쇠가 잠가 놓은 자물쇠를 살살 만지자마자 스스로 열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박열쇠가 쌀 한 가마니를 지나마나에게 지우고는, “무거우냐?” 하니, “아니, 지나마나.” 하므로 한 가마니를 더 지고 돌아왔다. 그 쌀을 다 먹으니 큰 아들이, “우리 동네 부잣집을 털 게 아니라 임금님 대궐의 천기를 보고 가보자.” 하고 천기를 살피니, 대궐 안 큰 창고에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야, 우리 서울로 가자.” 하고 일곱 형제가 서울 가까이에 가서 숙소를 정하였다. 고박열쇠가 가서 자물쇠를 만지니 문이 열리고, 지나마나가 들어가 쌓아 둔 돈을 모두 졌다. “무겁냐?” 하니, “아니, 지나마나.” 한다. 돈을 지고 집으로 내려와 집도 사고 밭도 사고해도 돈이 남아, 불쌍한 거지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한편, 조정에서는 창고 조사를 하다가 돈이 한 푼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큰일이 났다 하여 나졸들을 풀어 조사하다가 일곱 형제의 집까지 왔다. 동네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니, 이놈들이 한 짓이 틀림없었다. 일곱 형제를 잡아다 문초를 하는데, 넷째 아들 때리나마나가 “내가 훔쳤소.” 하고 자백을 한다. 다른 형제들은 집으로 돌려보낸 뒤 나졸들이 넷째 아들을 묶어 놓고 곤장을 치는데, 아무리 쳐도 아픈 기색이 없다. “이놈아, 아프지 않으냐?” 하니 “때리나마나.” 한다. 이를 본 상관이 “여봐라, 그놈을 옥에 가두고 내일 목을 베어라.” 하였다. 옥에 가두고 문을 잠가 놓으니, 이 동생이 죽게 되었다. 큰 아들 천기새가 동생이 옥에 갇혀 죽게 된 것을 알고는 고박열쇠에게, “빨리 가서 문을 열고 다섯째 동생 베나마나하고 바꾸어 놓아라.” 하고 말하였다. 고박열쇠가 옥문을 열고 베나마나하고 바꾸어 놓았다.

다음날, 나졸들이 베나마나의 목을 시퍼런 칼로 쳤는데 목이 끄덕도 하지 않는다. 나졸이 “네 모가지를 쳤는데 어찌된 일이냐?” 하니, “모가지를 베나마나.” 하고 대답한다. 이것을 본 상관이, “아무래도 안 되겠으니, 옥에 가두었다가 내일은 가마솥에 넣어 끓여 죽여라.” 하고 명령했다. 천기새가 이것을 알고, 고박열쇠에게 여섯째 동생 뜨거우나마나하고 바꾸어 놓도록 하였다.

다음날, 나졸들이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로 물을 펄펄 끓인 뒤 뜨거우나마나를 집어넣었다. 뜨거우나마나가 짚 한 묶음을 가지고 들어가니 솥뚜껑을 덮고 몇 시간 동안 끓인 후, “이제는 제아무리 귀신이라 할지라도 죽었을 것이다.” 하고 뚜껑을 열자, 뜨거우나마나가 짚신 한 켤레를 다 삼고 나오며 “신골을 주면 신골을 박겠다.”고 말한다.

화가 난 조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이놈을 깊은 바다에 던져 버리기로 하였다. 이번에도 큰 아들 천기새가 이를 알고, 막내 동생 깊으나마나하고 바꾸어 놓기로 하였다. 고박열쇠가 옥문을 열어 깊으나마나하고 바꾸어 놓았다.

다음날은 조정에서, 이제는 죽을 놈이니 잘 먹이고 죽인다고 산해진미로 잘 차려 주니, 막내 동생은 실컷 먹고 배를 탔다. 선원 열두 명이 노를 저어 깊은 바다에 가서 깊으나마나를 바다에 던졌는데, 바닷물이 깊으나마나의 발바닥까지만 닿았다. 이것을 본 선원들이, “바닷물이 이렇게 얕은가? 그럼 나도 안 빠지겠네.” 하고는 모두 물에 들어갔다가 빠져 죽어 버렸다. 깊으나마나는 혼자 노를 저어 집으로 돌아왔다.

상관은 혼자 돌아온 깊으나마나를 보고 겁이 나서 무릎을 꿇고는,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런 기술을 가지셨습니까?” 하고 그 기술을 가르쳐 주기를 사정했다. 깊으나마나는 아버지가 일곱 형제에게 이름을 지어 준 사연과, 그 이름처럼 되나 안 되나를 시험해 본 것뿐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상관은 일곱 형제에게, 자기 욕심만 부리는 부자의 재산을 털어다 가난한 사람의 살림을 구해 주는 벼슬을 하도록 하였다. 그 후 일곱 형제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도적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래 동화 「삼형제 이야기」와 유사한 모티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삼형제 이야기」에서 삼형제는 각각 아버지의 유산(큰 아들은 맷돌, 둘째 아들은 표주박과 대나무 지팡이, 셋째 아들은 북)을 잘 이용하여 부자가 되고 결혼도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인 데 반해, 「도적 이야기」의 일곱 형제는 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에 걸맞는 재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가게 된다. 두 이야기 모두 비현실적이며 해학적이지만, 「도적 이야기」의 경우 의적을 바라는 가난한 민중의 심리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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