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100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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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全國 最高 品質-慶山-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경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경희 |
[정의]
경상북도 경산시가 자랑하는 특산물, 경산대추에 관한 이야기.
[개설]
경산시를 관통하는 금호강 주변의 토질은 대추 생육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7년 1월 3일 임산물 지리적 표시 제9호로 등록된 ‘경산대추’는 낮은 구릉지에서 재배됨으로써 산지 과수원이 많은 다른 지역의 대추나무보다 생육이 좋아 알이 굵고 윤기가 흐른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 덕분에 경산 지역은 전국 생산량의 40%를 점하는 최대 대추 생산지가 되었고,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경산시는 대추를 명품 향토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각종 가공식품 개발, 명품 브랜드 구축에 나서는 한편, 경산시 갑제동에 ‘경산명품대추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대구 능금’에서 ‘경산대추’로 ]
경산시는 한때 ‘대구 능금’ ‘경북 사과’로 널리 알려진 사과의 주산지였다. 경산 지역에서 사과 과수 농업이 터를 잡은 시기는 1914년쯤이다. 일본인 시누하라 사키마토 등이 일본에서 국광, 홍옥, 골덴 등 사과 묘목을 들여와 사과 단지를 조성하고, 사과 묘목 재배와 유실수 접목 기술 등을 보급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경산 지역 출신으로 일본 효고현립농업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농업 관련 단체들을 지도하고 있던 안병규(安炳圭)도 국광, 홍옥 등 사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금호강 유역은 토심이 깊고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하고 있는 사질토 토양인 데다가, 청정 일수가 많아 사과 재배에 더없이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 결과 1920년대쯤이 되면 현재의 하양읍 금락리·환상리·대조리와 진량읍 부기리·보인리 주변에 유실수 자가 생산 기반이 조성되었고, 1940년대에 이르면 경산 지역이 전국에서 과수 농업, 특히 사과 농업의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후 경산 지역은 전국적인 사과 생산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는데, 1970년대 초까지도 연간 사과 생산량이 6만 톤을 넘고 과수 농민이 전체 인구의 30%에 이르렀다.
그러나 1971년 경부고속도로가 경산 지역을 관통하면서 사과 과수원 상당수가 사라져 버렸고, 2만 8천 주에 달하는 사과나무가 뽑혀 나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대도시인 대구시 근교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도시화의 진행은 땅값과 노임의 상승을 불러왔고, 사과 부란병의 발생, 신품종 교체라는 변수들까지 동시에 발생하며 1970년대 후반부터 사과 농업이 크게 위축되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사과 주산지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1975년 전체 재배 면적의 85%에 이르던 사과 재배 면적은 1985년이 되면 44%로, 1990년에 접어들면 18.8%로 뚝 떨어진다. 사과 농가들은 1980년대부터 노령화된 사과나무를 대신하여 대추나무를 심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생산 체제에 돌입하였다.
[금구리에서 만나는 경산 맛대추]
경산시에서 가장 먼저 대추 농사를 시작한 곳은 압량읍 금구리로 알려져 있다. 금구리는 손별초·별초·특초 등을 생산하는 대추마을로 유명하며, 동네 사람들은 “대추로 숲을 이루고 이웃과 이웃의 대추밭에 경계가 없는 마을”이라고 자랑한다. 온통 대추밭으로 뒤덮인 금구리는 원래 남쪽으로는 오목천, 북쪽으로는 금호강이 흐르는 늪과 모래로 둘러싸인 강가 섬마을이었고, 사과 재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의 바람이 몰아닥쳤고, 인근에 대학교, 산업 단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점차 공장과 주거 지역으로 바뀌어 갔다. 여기에 더해 기후 온난화로 인해 사과의 주산지가 점차 영주·풍기 지역으로 옮겨가고 사과나무의 노령화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구리에서 사과 과수원을 경영하던 고(故) 강대용이 경상남도 밀양군에서 대추 묘목을 구해와 자신의 과수원에 심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금구리를 대추 마을로 바뀌게 만든 효시라고 알려져 있다.
금구리 일대는 팔공산으로부터 내려오는 금호강의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여 ‘금색 모래로 만든 거북이’[金龜] 형상의 지형을 만들었고, 토심이 깊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아무리 많은 비가 와도 빗물이 한 시간 이내에 다 빠진다는, 대추 재배에 최적화된 토양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추 사리병도 없다. 이러한 자연조건 덕분에 금구리는 현재 경산 지역 내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대추 생산 마을이 되었고, 마을 전체 경지 면적 182㏊ 중 무려 80㏊를 대추밭이 차지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산시 압량면 금구길 103 일원에 자리 잡은 경산대추의 원조, 금구맛대추마을은 2005년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사업에 선정되어 전자 상거래 시스템과 정보 콘텐츠를 구축하고 대추 판매에 나서고 있다.
[대추 농가의 사계(四季)]
대추 수확 작업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말쯤 하양읍 환상리 주민 사공병근을 만났다. 26,446㎡ 땅에 대추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공병근은 23세 때부터 농사를 시작하여 거의 40년 동안 과수 재배농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가 시작한 사과 과수원을 물려받아 지금은 사과나무와 대추나무를 반반 정도씩 심는다고 한다. 농사는 1월 중순쯤 대추나무 전지로부터 시작하여, 5월에는 햇순을 치고, 9월과 10월에 수확을 한다. 이 과정에서 수시로 땅심을 돋우고, 소독하고, 나무를 둘러보는 일이 반복되어야 한다.
사공병근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하여 밤 9시까지 이어진다. 큰 규모의 과수원을 혼자서 꾸리는 일이 갈수록 힘겹다. 과수원에서 나오는 수확량은 연간 1만 5천㎏ 정도, 15㎏짜리 상자 1,000개쯤의 분량이지만, 올해[2020년]처럼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인건비도 못 건질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고 한다. 게다가 대추는 가격이 들쑥날쑥하다. 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탓에 상인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흥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공병근은 마당 한구석에 쌓인 대추로 가득한 상자들을 바라보며 대추 농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보통 대추 농사는 입춘이면 시작된다. 3월쯤 되면 나무에 일조량을 늘리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고, 5월 초순에는 대추 순지르기를 한다. 대추꽃 개화와 생장이 이루어지는 5월 하순과 6월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면, 생대추 털기[9월], 추석 제수용 생대추 작업과 생대추 배송[10월] 등이 이루어진다. 그다음에는 대추 건조하기와 건대추 선별 작업[11월], 건대추 포장과 배송[12월]이 이어진다. 대추 농사는 이렇게 일 년 365일 쉴 틈이 없다. 농사지을 일손이 부족한 만큼, 수확이 시작되는 9월에는 용역 회사 사람을 불러야 한다. 그래서 금구리 일대에는 추석을 앞둔 9월 하순경부터는 매일 아침 6시 반쯤에 일꾼을 실은 용역 회사 차들이 몰려든다. 7시면 대추 따는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밭마다 10~20명씩 짝을 지은 이들은 오후 5시까지 중간에 점심을 먹는 한 시간 외에는 온통 장대로 대추를 털어내고, 떨어진 대추를 15㎏짜리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나르는 일로 옆 돌아볼 겨를도 없다. 이렇게 해서 받는 일당은 남자의 경우 하루 12만 원, 여자의 경우 하루 8만 원이다.
[경산대추축제에 와 보셨나요?]
경산 지역의 대추 재배 면적은 530.6㏊, 생산량 기준 전국 대추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경산시와 한국농업경영인 경산시연합회, 한국예총 경산시연합회에서는 경산대추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10월 경산대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경산대추축제는 오곡이 무르익고 대추가 알알이 익어가는 계절 가을에 열린다. 매년 9월 말~10월 중순쯤 진행되는 경산대추축제는 전국 최대의 대추 주산지이며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경산대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 해 동안 땀 흘려 생산한 경산시의 농·특산물을 한자리에 모아 홍보하는 축제이다. 대개 개막식을 시작으로 하여 3일간, 경산생활체육공원 어귀 마당에서 열린다.
축제장에서는 농산물 직거래 판매·체험·전시장이 운영되며 경산대추알림이선발대회, 한복패션쇼, 평생학습동아리경연대회, 옹골찬시민노래자랑 및 장기자랑, 신나는국악한마당, 예술장터, 농·특산물대동한마당 행사 등이 함께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경산대추알림이선발대회는 2018년 이래 진행되고 있는데, 본선에서 대추 알림이로 최종 선발되면 경산대추의 품질 우수성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홍보 대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외에도 축제 기간 경산대추 경매 및 대박 할인 행사, 경산 농산물 ○×퀴즈, 대추 인절미·대추 비빔밥 시식, 대추 수확 체험, 대추나무로 만드는 열쇠고리 및 그리기 체험, 농산물품평회, 대추차·대추 막걸리 시음회, 미술 사생 대회, 도자기 체험, 인기 가수 공연, 지역 동아리 공연, 색소폰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
[대추, 지역 6차 산업을 견인하다]
경산 지역에서 대추는 지역의 6차 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임산물 중 하나이다. 6차 산업[농촌 융복합 산업]이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1차 산업]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판매, 문화, 체험, 관광, 축제, 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경산대추는 이미 2007년 1월 3일 산림청 지리적 표시 등록 임산물 제9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12월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 사업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경산대추는 이렇게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우수한 특화 자원이지만,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산대추생산자단체협의회, 경산대추향토산업클러스터사업단, 정보화농업인연구회 등은 ‘경산대추가 지역의 당당한 향토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산대추의 명품 브랜드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가공식품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경산대추가 가지는 각종 영양 성분과 노화 방지 효과에 주목하여, 항균, 항암, 항산화 작용 등 경산대추가 가지는 다양한 기능성을 살려 가공식품으로 개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생대추, 말린 대추를 생산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추차, 대추즙, 대추탕, 대추 약과, 대추 약편, 대추 경단, 대추 고추장, 대추 송편, 대추 유과, 대추 장아찌, 대추 피클, 경산대추약주[경산 명주 제1호], 경산대추빵, 대추 과자 등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와촌면 대한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산대추빵과 대추 과자는 2008년 7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은 바 있으며, 국내 최초의 대추를 원료로 한 건강식품이다.
이와 함께 경산시는 갑제동 105번지 일원에 ‘경산명품대추테마공원’을 조성 중이다. 9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2016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경산명품대추테마공원에는 대추관찰원과 광장, 산책로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0년 9월 현재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